내 영혼에 각인된 하나의 이미지

호세 라몬 에레로(Jose Ramon Herrero) 씨는 그의 기억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 한 이미지—성 호세마리아께서 죽어가는 이들 곁에서 그들을 위로하며 하느님에 관해 이야기해 주시는—에 대해 말한다.

“나는 내 마음에,” 성 호세마리아는 종종 말씀하셨다. “마드리드의 가장 가난한 지역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고해성사를 주며 보낸 많은 시간들을 담아두고 있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애처롭고 가장 가진 것 없는 모든 동네의 모든 어린이들의 고백을 들으러 가고 싶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콧물을 흘리며 오곤 했습니다. 당신은 그들의 작고 가련한 영혼을 씻겨주기 전에 그들의 얼굴을 먼저 닦아주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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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마드리드

성 호세마리아와 함께 한 젊은이들 가운데 호세 라몬 에레로라는 법대 1학년 학생이 있었다. 그 시절 성 호세마리아의 사목활동을 직접 목격한 그의 경험담은 각별한 가치가 있다.

“오푸스데이의 힘은 기도입니다.” 성 호세마리아는 자주, 여러 방식으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오푸스데이의 초기에는 가장 가난하고 곤궁한 사람들이 하느님께 봉헌하는 기도에 특히 의지하셨다.

“저는 항상 우리가 돈 호세마리아라고 부르는 우리의 파드레(Padre; the Father)께 가서 고해성사를 보았습니다.” 에레로 씨는 회상한다. “그리고 가끔 저는 그분과 교리교육을 함께 가기도 하였습니다. 같이 가곤 했던 다섯 내지 여섯 명의 학생들이 있었는데, 우리는 보통 주일 아침 마드리드 지하철에서 만났습니다.”

“지하철에서 나와 잡초가 무성하고 진흙투성이인 길을 꽤 오래 걸어서 우리가 교리교육을 했던 아이들이 사는 허름한 집으로 갔습니다. 그 아이들은 지저분했고 잘 입지 못했지만 아주 명랑하고 배우는 데 열심이었습니다. 파드레께서는 우리가 아이들의 가족을 만나고 그 부모들을 알기를 원하셨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한 남자아이가 울면서 왔습니다. ‘무슨 일이니?’ 우리가 물었죠. ‘아빠가 많이 아파요.’ 아이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아이를 따라 그가 사는 허름한 집으로 갔습니다. 그 집은 그저 오래된 양철과 지저분한 골판지 더미로 된 것이었고, 그 안에 딱하게도 많은 아이들이 웅크리고 있었는데 그 아버지는 고열로 덜덜 떨면서 딱딱하고 오래된 침대 같은 것에 누워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대로 그들을 도와 주었지요.”

“하루는 성 호세마리아께서 제게, ‘나와 함께 아픈 사람들을 방문해 보지 않겠니?’하고 말하셨습니다. 우리는 아토차(Atocha)에 있는 마드리드 철도역 옆의 종합병원으로 갔습니다. 병원은 아주 높은 천장과 가운데에 큰 뜰이 있는 거대한 건물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차갑고, 슬프고 활기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 때의 충격을 절대로 잊지 못할 겁니다. 그 큰 병동들에 아픈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고, 병상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환자들은 어디에나 꽉꽉 밀어 넣어져 있었습니다. 계단 옆에, 통로에, 그리고 모든 모퉁이마다 매트리스나 운반용 받침대 위에 아니면 그냥 바닥에 그렇게 있었습니다. 환자들은 장티푸스, 진폐증, 결핵 등을 앓고 있었는데, 그 시절에는 치료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시골지역의 가난을 떠나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온 사람들인데, 결국엔 그렇게 된 것이었죠.”

“그 때 마드리드에는 그렇게 많은 환자들을 수용할 병원이 충분히 있지 않았고, 또 병원들은 그들을 돌볼 직원도 부족했습니다. 파드레께서는 환자들을 방문하러 가시면 그들에게 고해성사를 주시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을 간호하고 수발을 들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요즘엔 병원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지만 그 때에는 그런 상황에서 아무도 환자들을 돌보지 않고 있었죠.”

“성 호세마리아께서는 환자들을 씻기시고 손발톱을 깎아주시고 이발과 면도도 해주시고 변기를 비워주시기도 하셨습니다. 병원에서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실 수는 없었지만, 항상 좋은 읽을 거리를 그들에게 남겨두고 오셨습니다. 의사들이 아무 희망도 없다고 하는 많은 환자들에게 그들의 고통과 괴로움, 외로움을 당신이 하고 계셨던, 젊은이를 대상으로 한 사도직을 위해 봉헌해 달라고 청하셨습니다.”

“아직 어렸기 때문에, 그날 저는 성 호세마리아께서 환자들을 돌보시는 것을 뒤에서 지켜보기만 했지요. 그 장면은 제 영혼에 각인돼 있습니다. 파드레께서 병원 바닥에 있는 운반용 받침대에 누워있는 환자 옆에 무릎을 꿇고, 그를 격려하시면서, 희망과 위안의 말씀을 하시던 모습. 그 이미지는 제 기억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죽어가는 이들 곁에서 그들을 위로하며 하느님에 관해 이야기해 주고 계시는 성 호세마리아.

그 시절 그분의 삶을 반영하고 요약하는 하나의 이미지이지요.”

   

호세 라몬 에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