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호인의 시성식에 참석?

독자께선 자기의 수호인의 시성식에 직접 참석하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생각이라도 해본적이 있으십니까? 벤쿠버에 거주하는 교포 윤우섭박사의 10개월 된 딸 메리 조 (성 호세마리아의 이름을 따라)는, 바로 그렇게 했답니다.

2002.10.6 성 베드로 광장

우리가족이 멕시코 과다루페 대성당 순례를 마치고 돌아 온 직후인 12월 초에 메리 조가 태어났다. 결혼 생활 4년 만에 태어난 3번째 아이다. 메리 조란 이름은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이름을 따라 그리고 또한 성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께 감사의 표시로 지은 이름이다.

집사람과 나는 오푸스 데이 창설자 호세마리아를 존경하는 마음에서 일찌감치 시성식에 참석키로 결정했다.

메리 조를 데리고 가는 것이 힘들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그 아이에 수호인인 만큼 같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즉 본인의 수호인의 시성식에 직접 참석할 수 있는 기회는 그렇게 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라면 십자가의 요한 성인, 아내의 경우에는 성 아그네스 시성식에 참가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메리 조는 10월6일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의 시성식에 가게 되었다. 새벽 6시에 호텔을 떠나 7시에 성 베드로 대광장에 도착했다. 로마의 가을 아침의 특징인 쌀쌀한 아침 바람과 낮 시의에 뜨거운 햇살을 내 딸은 불평 없이 참아주었다. 두 번 우유를 먹고 두 번 기저귀도 갈았으나, 사실 대로 말하자면 시상식이 시작했을 땐 내 딸은 아주 깊은 잠에 잠겨있었다.

다음날 우리가족은 오프스 데이 단장 하비에르 에체바리아 주교가 봉헌하는 감사미사에도 참석했는데 미사 후에 교황님께서 차를 타고 우리자리에서 50미터 떨어진 곳에 지나가실 거라는 말을 들었다. 교황님께서 가까이 다가오시기 시작하자 모든 사람들은 교황님을 뵈려고 다섯줄이 넘게 겹쳐 서기 시작했다.

교황님께 '전달'된 메리 조

집사람은 감격을 감추지 못하며 교황님이 우리 아이를 축복하시게 주위 사람들에게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애원했지만 좋은 자리를 잡기위해 우리보다 몇 시간 전에 온 사람들은 양보 할 리가 없었다. 교황님은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시고 있었다. 집사람은 옆에 있는 여자 분께 사정을 했다, 우리아이를 교황님께 '전달'해달라고... 그 여자 분은 고맙게도 다른 옆분 에게 메리 조를 넘겨 주었고, 고맙게도 우리아이는 교황님 옆의 보안 요원들 통해 교황님께 '전달'되었다.

교황님께서는 메리 조를 안아주시면서 볼에 큰 입맞춤을 해주셨다. 갓 10개월이 된 메리 조는 주위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까닭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 아이가 커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교황님께서 주신 큰 축복을 사진으로 증명할 것이다.

메리 조가 누구보다 제일 보람 있는 순례를 하고 돌아온 것은 누가 봐도 틀림없다.

윤우섭 (벤쿠버, 캐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