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나를 깨어준 영혼의 울림

그런 시기 읽게 된 호세마리아 성인의 ‘길’은 이전에는 맛보지 못했던 영혼의 울림 그 자체였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길’을 읽기를 바랬고, 그 기다림만큼이나 이 책이 저에게 준 울림은 너무나 컸습니다.

미국 유학을 앞두고 있던 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오랜 기간 품어왔던 꿈을 한 순간에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1년에 수 천 만원의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장학금이 필요했지만, 금융 위기 발발로 인해 장학금 수령에 대한 희망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둔 상황이었기에 새로운 직업을 구해야 했지만 경기가 얼어붙은 탓에 이직도 쉽지 않았습니다. 몇 년간 임시직을 전전하기도 했지만 벌이가 시원치 않았습니다. 그나마 아내가 직장을 다니고 있어 생활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자존심은 만신창이가 됐고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살아갔습니다.

스스로가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삶의 의욕을 잃은 상태다 보니 힘든 내색 없이 오히려 저를 격려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는 것도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게다가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알코올에 의존하다 보니 건강 마저 나빠졌습니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이제 그만하라며 아우성치는 와중에도 저는 애써 외면하며 오히려 스스로를 구렁텅이로 몰아붙였습니다.그런 시기 읽게 된 호세마리아 성인의 ‘길’은 이전에는 맛보지 못했던 영혼의 울림 그 자체였습니다. 사실 어떤 계기로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 성인의 ‘길’을 접하게 됐는지는 기억이 또렷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길’을 읽기를 바랬고, 그 기다림만큼이나 이 책이 저에게 준 울림은 너무나 컸습니다.

‘그대의 삶이 헛된 삶이 되지 않게 하십시오.’ 첫 페이지 첫 구절을 펼쳤을 때부터 제 생활을, 제 마음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길수록 호세마리아 성인께서 ‘망치를 두드리듯’ 저에게 때론 타이르기도, 때론 호통을 치시기도 하며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순식간에 한 번을 읽고, 두 번, 그리고 세 번을 연달아 이 책을 읽었을 때 왜 진작 이 책을 접하지 못했나 하는 안타까움 마저 들었습니다.

먼저 그 동안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추스르게 됐습니다... 다음으로 가정에 충실하고 올바른 부부 관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위한 일을 실천하고자 더욱 노력하게 됐습니다.

사실 ‘길’을 접하기 전까지만 해도 성화라는 것은 사제와 수도자들의 전유물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호세마리아 성인은 ‘길’을 통해 저에게 ‘너의 생활 속에서 성인이 되고자 힘써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길’을 통해 가정과 사회, 그리고 신앙생활이 결코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을 깨닫자마자 세상을 바라보고 저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가 점차 바뀌었습니다.

먼저 그 동안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추스르게 됐습니다. 몸과 마음을 괴롭히던 자신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시련이 다시 찾아와도 이를 예수님과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그 고통에 기꺼이 동참하고 주님을 통해 거룩하고 깨끗한 삶을 살겠다고 맹세했습니다. 그 순간부터 경건함과 겸손함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게 됐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위한 일을 실천하고자 더욱 노력하게 됐습니다. 일이 잘 풀리면 나의 공이요, 힘들 때만 하느님을 찾아가던 비겁한 신자였던 저의 오만함이 얼마나 무지한 것이었는지 잘 알게 됐습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충실히 살아가고자 스스로를 격려하게 됐습니다. 올바른 지향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바로 나의 일상을 성화시킬 수 있는 길임을 이제서야 깨닫게 됐습니다.다음으로 가정에 충실하고 올바른 부부 관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사회적 성공이란 것이 가족의 희생을 동반한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정과 사회, 신앙이 하나라는 호세마리아 성인의 말씀에 따라 조화로운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아울러 예민한 성격 탓에 집에서 자주 화를 내며 아내에게 상처를 주던 저를 반성하게 됐습니다. 집안 일도 하느님의 일이라는 생각에 아내와 함께 나누려 했고, 자주 대화하며 사랑을 더욱 키워나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언제 시련에 무너지고 유혹에 흔들릴지 모릅니다. 그리고 여전히 스트레스와 외로움에 고통 받기도 합니다. 저는 아직도 영적 어린 아이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래도 전과는 달리 저의 몸과 마음을 더욱 주님께 의탁함으로써 기쁨을 맛본다는 것을 알기에 매일 묵주기도, 성경 읽기와 함께 ‘길’을 읽으며 신앙의 힘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요즘 재미있는 버릇이 하나 생겼답니다. 매일 자기 전 침대맡에 누워 아내에게 번호를 선택하라고 한 후 아내가 고른 번호에 해당하는 ‘길’의 내용을 소리 내어 읽습니다. 제 아내는 가톨릭 신자가 아닌데다 종교적인 강요를 극도로 싫어하는 성품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잠시나마 귀를 기울이며 ‘길’의 내용을 듣곤합니다.

저와 같은 아니 그보다 더 힘든 고통을 당하신 분들에게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 성인의 ‘길’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좀더 많은 호세마리아 성인의 저작들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판되기를 기대합니다. 좋은 울림은 멀리 퍼질수록 좋은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