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십자가 현양 축일

9월 14일은 성 십자가 현양 축일입니다. 이 축일이 교회 안에서 어떻게 거행되기 시작했는지 간략히 살펴봅니다.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은 예루살렘 교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4세기 중엽부터 콘스탄티누스 황제 시대에 골고타에 세워진 대성전의 봉헌 기념일인 9월 13일에 이 축일을 지냈습니다. 4세기의 순례자 에게리아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그보다 몇 해 앞서 바로 그날 주님의 십자가 성유물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십자가의 ‘현양’, 곧 ‘높이 들어 올림’은 성전 봉헌 팔일 축제의 둘째 날에 이루어졌습니다. 당시의 전례서에 따르면, 그날 존귀한 십자가를 모든 그리스도인 백성에게 장엄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오늘날 비잔틴 전례에서 이 축일의 가장 특징적인 예식은 사제가 십자가를 모든 백성의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리고, 사방을 향해 몸을 돌리며 백성을 축복하는 것입니다. 이때 성가대는 각 방향마다 ‘키리에 엘레이손(Kyrie eleison,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을 백 번씩 노래합니다. 그 뒤 신자들은 앞으로 나아가 십자가에 경배하고, 십자가가 놓였던 자리를 장식한 꽃 가운데 하나를 받습니다.

동방 교회에서 이 축일은 매우 중요하여 ‘가을의 파스카’라고도 여겨집니다.

로마에서는 6세기 초부터 5월 3일에 바티칸 대성전에서 이와 나란히 ‘성 십자가 발견 축일’을 기념했습니다. 7세기 중엽에는 바티칸 대성전도 예루살렘의 관습을 받아들여 9월 14일에 십자가 성유물의 한 조각, 곧 ‘리눔 크루치스(lignum crucis)’를 공경하기 시작했습니다. 세르지오 교황(687-701)은 이 관습을 라테라노 대성전으로 옮겨 더욱 장엄하게 거행하도록 했고, 그 결과 8세기에는 이 축일이 그리스도교 서방 전체로 퍼져 나갔습니다.

로마 전례의 미사 감사송은 낙원의 나무가 인류 타락의 자리가 되었기에, 하느님께서 십자가를 우리를 구원하는 새로운 나무가 되게 하셨음을 일깨워 줍니다. “죽음이 생겨난 바로 그곳에서 다시 생명이 솟아나게 하셨나이다.” 독서들은 십자가 나무 위에 높이 들리신 그리스도를 영광 속에 들어 높여지실 분의 예표로 제시하며, 모든 피조물을 당신께 이끄시는 분으로 보여 줍니다. “나는 땅에서 들어 올려지면 모든 사람을 나에게 이끌어 들일 것이다.”(요한 12,32) 십자가는 예수님의 승리가 이루어진 자리이며, 그분께서는 우리가 그 십자가에서부터 당신의 나라를 널리 퍼뜨리는 일에 협력하기를 바라십니다.

“우리 주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십자가 높은 곳에서 세상을 구원하시어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평화를 회복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상기시키십니다. ‘나는 땅에서 들어 올려지면 모든 것을 나에게 이끌어 들일 것이다.’(요한 12,32 참조) 그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중요해 보이는 일이든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일이든 매 순간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네가 나를 세상의 모든 활동 한가운데에 모신다면 나는 모든 것을 나에게 이끌어 들이겠다. 너희 가운데에서 나의 나라가 현실이 될 것이다!”

성 호세마리아는 언제나 목에 십자가 모양의 성유물함을 걸고 다녔는데, 그 안에는 참십자가의 한 조각인 리눔 크루치스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는 일상의 의무를 사랑으로 충실히 수행하는 가운데 성 십자가를 공경했던 그의 신심을 보여 주는 표지였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성 십자가에 대한 신심을 드러내는 방법은 수없이 많으며, 아주 작은 실천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식사 전후에 감사 기도를 바치며 성호를 긋는 것입니다. “아무리 짧은 순간이라도 이러한 축복은 우리가 생명을 하느님께 의지하고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창조의 선물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굳건하게 하고, 노동으로 이러한 재화를 마련해 주는 이들을 기억하게 하며,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의 연대를 다시 확인하게 합니다.”

1. “로마 미사 경본”, 성 십자가 감사송.

2. 요한 12,32.

3. 성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 “그리스도께서 지나가신다”, 183항.

4.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2015년 5월 24일, 227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