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안에는 성 바오로가 언급한 ‘그리스도의 향기’가 빛나고 있습니다.

단장님께서 6월 14일에 보내신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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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러분, 예수님께서 저의 딸들과 아들들을 지켜 주시기를 빕니다!

이번 메시지를 통해 여러분을 가난이라는 덕목의 몇 가지 측면을 깊이 성찰해 보도록 초대하고자 합니다. 그 안에는 성 바오로가 언급한 ‘그리스도의 향기’(2코린 2,15참조)가 빛나고 있습니다.

호세마리아 성인께서는 이 덕에 대해서 자주 언급하셨는데, 이는 단순히 외적으로 소유를 포기한 것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사랑의 한 형태이자, 하느님께 속하기를 갈망하는 마음의 표현으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가난하게 태어나시고, 가난하게 살며, 가난하게 죽으시기를 원하셨습니다. 동시에, 그분은 다양한 상황과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태도로 나타나셨습니다. 모든 것을 소유하실 수 있었음에도, 하느님의 아드님께서는 겸손과 비움의 길을 선택하셨습니다(필리 2,6-8 참조). 그리고 그 가난 속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자유롭고 온전히 열린 마음의 아름다움이 드러납니다.

성인들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이 현실을 증언합니다. 그들은 가난이 ‘상실이 아니라 충만’임을 깨달았습니다. 왜냐하면 무질서한 속박에서 벗어나는 영혼은 새로운 자유, 곧 사랑의 자유를 경험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삶의 동반자로 모시고자 하는 소망 앞에서, 부는 상대적인 것이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참된 보물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레오 14세, 2025년 11월 16일 메세지).

가난의 미덕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방식은 다양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필요하거나 매우 유익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불필요한 것일 수 있으며, 같은 사람에게도 특정 상황에서는 필요했던 것이 나중에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편,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금 여기’에서 필요한 것, 편리한 것, 그리고 불필요한 것을 구별하는 데는 외적인 기준 이상의 것이 필요합니다. 즉, 훈련된 양심과 분별력, 그리고 가난을 실천하려는 진실한 마음가짐이 요구되며, 여기에는 어떤 지출이나 결정이 정말로 적절한지 명확히 보이지 않을 때 조언을 구할 줄 아는 태도도 포함됩니다.

덕, 즉 가난의 정신이 우리 삶에 진정으로 뿌리내리면, 마음은 가벼워지고 하느님의 은총으로 인해 더 쉽게 이 세상을 관상의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영혼은 성령의 부드럽고 섬세한 손길을 더 잘 알아차리는 법을 배웁니다. 그리하여 일상적인 일들 가운데서도 세상이 줄 수 없는 평화와 기쁨을 누리며 살게 됩니다(참조. 요한 14,27). 이는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 머무르고 있음을 아는 고요한 기쁨입니다. 그 사랑은 우리의 연약함 속에도 들어오시어 그것을 비추시고, 조금씩 우리를 내면에서부터 변화시켜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 되게 하십니다.

한편, 많은 곳에서 행복을 물질적 안락과 쾌락과 동일시하는 사고방식이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소명이 세상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사랑하고 그 내부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협력하는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성 호세마리아께서 말했듯이, 우리는 관상적인 영혼이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는 매우 구체적인 목적이 있습니다. 바로 당신이 하느님 안에 깊이 뿌리내린 채, 세상의 모든 갈림길로 나아가게 하는 것입니다.”(“주님과의 대화”, 11항).

이처럼 우리는 예수님께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서 말씀하신 ‘좋은 땅’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 삶에서 좋은 열매를 맺게 할 수 있습니다. 즉, 더 큰 내적 자유, 더 절제되고 깊은 기쁨, 하느님에 대한 더 진실한 신뢰, 그리고 타인의 필요에 더 세심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씨앗이 가시덤불, 즉 지나친 물질적 걱정과 부에 대한 탐욕에 둘러싸여 있다면, 그것은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사람은 내적 자유를 잃고, 하느님과 타인을 위해 헌신할 여유가 줄어들며, 결국 마음을 채워 줄 수 없는 안락함에 희망을 두게 됩니다.

크든 작든, 물질주의 문화가 우리 마음과 우리가 사는 곳의 좋은 땅을 질식시키지 않도록 단호히 막아내도록 합시다(마태 13,22 참조). 가난을 소홀히 할 때, 다른 영혼들 안에 하느님의 사랑이 뿌리내리도록 돕고자 하는 열망은 필연적으로 사그라들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성 호세마리아께서는 이 덕목을 사도적 열망과 매우 직접적으로 연관 지었습니다. “세상의 재물에서 마음을 떼어내십시오. – 영적 가난을 사랑하고 실천하십시오: 검소하고 절제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만족하십시오. – 그렇지 않으면, 결코 사도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길”, 631항).

사도적 열정의 결여 뒤에는 영혼을 무디게 하는 보상들로 인해 절제되지 못한 삶이 숨어 있기 쉽습니다. 이번 달에 축일을 맞이하는 우리 호세마리아 성인과 함께, 필요하다면 우리 각자가 이 회개의 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여러분을 격려합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이는 우리 주님에 대한 더 섬세한 사랑으로 이어지고, 주님을 세상에 더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

이 소망을 우리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의 손에 맡겨, 그분께서 가난하고 온전히 하느님의 사랑에 바쳐진 삶의 아름다움을 우리가 늘 새롭게 발견하도록 가르쳐 주시기를 빕니다.

교황님과 그분의 기도 지향을 위해, 특히 지금 교황님의 첫 회칙이 효과적으로 전파되고 스페인 사도적 방문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기도하며 굳게 일치합시다.

사랑을 담아 여러분의 아버지 페르난도가 축복합니다.

로마, 2026년 6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