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푸스데이 성직자치단장의 묵상기도 주례: 주님 부활 대축일 (4)

(4번의 시리즈 중 마지막) 성주간의 의미를 되돌아보도록 하기위한 오푸스데이 성직자치단장의 묵상기도 주례를 위한 스크립트와 한글로 녹음한 파일입니다. 그리스도 우리의 빛! 밤의 어둠 속에서 시작하는 파스카 성야 예식이 시작될 때 들리는 교회의 이 기도는 우리의 귀에 울려 퍼집니다.

Lumen Christi! 그리스도 우리의 빛! 하고 외치는 소리가 파스카 성야 전례가 시작될 때 3번 반복됩니다. 죄와 죽음의 어둠을 지나 그리스도의 빛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이 기쁨의 소식을 다시 한 번 우리가 받게 될 것입니다.

며칠 전부터 우리는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셨음을 묵상해왔습니다. 최후의 만찬 때부터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까지 그렇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골고타 언덕의 어둠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거룩한 부인들은 우리 주님께서 수난을 받으실 때 함께 동행 할 힘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부활의 빛으로 향하는 길로 이끌어줍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여인들이 부활의 기쁨을 가장 먼저 누릴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거룩한 여인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부활의 소식은 지금과 같은 온 인류가 고통 속에서 힘든 삶을 지내고 있는 시기에, 우리에게 새로운 빛을 전달해 줍니다. 바오로 성인은 우리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죽음에 동참해야 한다고 로마에 있는 신자들에게 상기시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로마 6,4)

주님께서 부활하신 이 날은 우리가 과거의 죄와 실수 뿐만이 아니라 -요즘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더욱- 우리가 삶 속에서 만날 수 있는 한계나 상황들 의 사슬에도 더 이상 묶여 있지 않다고 알려줍니다. 바오로 사도는 다시 반복하여 강조하십니다. “이와 같이 여러분 자신도 죄에서는 죽었지만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 살고 있습니다.”(로마 6,11)

예수님의 부활을 함께 기념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삶으로 걸어가라.” 하고 말씀하시는 주님의 초대에 응답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새로움은 무엇인가요? 우리의 인생의 운율(Rythm)은 같은 상황(매일 가는 장소, 늘 만나는 사람들 등)에 의해서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의 전세계적 확산 때문에 집 안에 있어야만 했던 지금과 같은 상황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더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이 가져오는 그 새로움은 무엇인가요? 그것은 우리의 삶을 믿음으로 밝혀주는 빛입니다. 그것은 사랑의 삶을 살게 해주며 희망을 유지시켜줍니다.

호세마리아 성인께서 말씀하셨듯이 “믿음이 주는 이 확실함은 우리가 새로운 빛 안에서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합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비록 동일한 것으로 남아 있더라도 다르다는 것으로 깨닫도록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하느님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1]

그렇습니다. 믿음으로 우리의 매일의 삶 안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 곁에서 걸어가고 계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 삶의 참된 의미와 가치를 드러내십니다. 혹시라도 우리 가족 중 한 명이 무엇을 부탁할 때, 아니면 이웃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의가 있다면,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누군가가 전화통화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런 상황속에서 예수님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실제로 믿음은 예수님을 발견하도록 이끌어줍니다.

우리는 믿음을 통해 사랑으로 일을 마치는 것이 언제나 가치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일은 우리의 아버지 하느님께 바쳐지는 봉헌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의 능력을 벗어나는 많은 일들이 있다는 것과 우리가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의 힘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지 모릅니다. 어쩌면 낙담(무력감, discouragement)이라는 유혹에 휩싸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가족과 온 세상을 생각하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계속 노력해가며 일을 할 때, 부활하신 주님이 우리 곁에 계신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힘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일을 한다면 심지어 우리가 기대하는 결과를 얻디 못한다해도 우리의 모든 노력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사랑을 위해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언제나 하늘에 닿는 울림(echo)이 되기 때문입니다.

거룩한 여인들에게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천사는 말했습니다. “그러니 가서 제자들과 베드로에게 이렇게 일러라. ‘예수님께서는 전에 여러분에게 말씀하신 대로 여러분보다 먼저 갈릴레아로 가실 터이니, 여러분은 그분을 거기에서 뵙게 될 것입니다.’” (마르 16,7)

제자들은 모든 일의 시작점, 예수님과 함께 3년간의 복음선포 기간 동안 매일 거닐 던 땅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도 갈릴레아인 일상생활로 다시 돌아가 거기서 부활의 빛과 기쁨으로 살아가라는 동일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도 같은 호소를 하고 계십니다. :‘부활의 빛과 기쁨을 가지고 갈릴레아로 돌아가라. 우리의 일상생활로 돌아가라.’ 고 말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몇 년 전에 우리에게 이 부르심을 상기시켜 주셨습니다: “갈릴래아로 돌아간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여정을 시작할 때에, 하느님의 은총으로 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신 그 타오르는 빛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2] 시련의 순간에 우리가 주님의 현존을 느꼈던 시간을 기억하는 것과 그분을 향한 우리의 신뢰를 다시 새롭게 해주는 것이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나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몇 년 전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갈릴래아로 돌아간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모든 여정의 시작점으로, 하느님의 은총이 저를 타오르게 하신 발화점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저는 이 불꽃에서 오늘과 그리고 다가올 모든 날들을 밝히고, 형제자매들에게 온기와 빛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2014년 부활절 성야 미사 강론)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주님께서 우리 생활에 현존하고 계심을 기억하는 것과 주님께 대한 우리의 신뢰를 새롭게 하는 것은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우리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합시다. 고통과 양립할 수 있는 부활의 기쁨의 의미를 자주 생각합시다. 그분께서 우리에게 주시기 원하신 그 빛을 받으면서, 우리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 빛을 나누어줍시다.

거룩한 부인들처럼 그리스도가 현재 살아계신다는 사실을 기뻐하며 선포합시다. 그리고 이러한 부활에 대한 확신이, 매일의 삶 안에서 가득 채워야 할 침착함과 희망, 사랑이 될 수 있도록 성모님의 전구를 청합시다.

부활의 그 날, 우리는 성모님께서 당신 아드님의 돌아오심을 찬란하게 기뻐하실 모습을 봅니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우리 개개인에게도 그러한 순간이 찾아올 겁니다. 우리가 충실하다면, 우리는 예수님과 영원히 주님 안에서 살 수 있을겁니다.

[1] 그리스도께서 지나가신다, 144항.

[2] 프란치스코 교황, 파스카 성야 강론, 2014년 4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