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마리아 성인의 전구로...

매일 아침 성인의 보호를 청하는 기도를 드려왔던 저는 감격하며 “역시 성인께서는 하느님과 함께 살아 계시는군요! ”

(...) 어느 날 저는 광주교구 신부님의 소개로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 몬시뇰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오푸스 데이(Opus Dei, 하느님의 일) 창설자로 선종 27년인 2002년 10월6일에 성인이 되신 분입니다.

저는 그분의 어록 「길」을 貶で構?되었습니다. “하느님, 저는 썩은 새끼줄, 벌레 먹은 사과, 꼬리, 나뭇잎에 지나지 않는 하찮은 사람입니다. 당신께서는 왜 제게 어울리지 않은 일을 맡기십니까?”

그러나 나중에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부적절한 도구들을 쓰십니다. 그분이 그 일을 하셨다는 것을 드러내시려고 말입니다.”(「길」 475) 저는 성인의 그 날카로운 말씀들을 접하면서 제가 하느님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두달 전, 일을 마치고 귀가 중이었습니다. 강변 고가도로 내리막길을 달리다가 룸 밀러를 보니 웬 트럭이 돌진해오고 있었습니다. 추돌을 면치 못할 거라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오, 하느님!’ 1~2초 후 꽝!하는 소리가 났고, 제 차는 추돌과 동시에 10미터를 날아가 반대편 차선의 소나타 승용차와 다시 충돌했습니다. 만취 상태의 트럭 운전자는 현장에서 달아나버렸는데 제 차 뒷 범퍼에 찍힌 그 트럭의 번호판을 보고 경찰들이 조회해서 붙잡았다고 했습니다.

저는 뇌, 목, 장기, 뼈 어느 것 하나 상하지 않았습니다. 3일 후 병문안 온 지도신부님과 함께 제 차를 보러 갔습니다. 트렁크와 뒷자석이 운전석과 조수석에 맞붙어 있었고, 조수석은 소나타 승용차와의 충돌로 아예 없어졌습니다. 남은 공간은 운전석 뿐이었습니다. 신부님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차가 이 지경이 되었는 데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니! 기적이야!” 하시면서 연거푸 십자성호를 그으셨습니다.

폐차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혹시 무엇이 있나 살펴보다가 운전석 위 햇빛가리개 틈에서 상본 한 장이 나왔습니다.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 성인의 상본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성인의 보호를 청하는 기도를 드려왔던 저는 감격하며 “역시 성인께서는 하느님과 함께 살아 계시는군요! ” 하자, 신부님도 “이 성인의 전구로 미카엘이 뼈 하나 부러지지 않고 살았다.”고 함께 기뻐해 주셨습니다.

지금도 사고현장을 생각하면 무섭고 아찔하기만 합니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꼼짝없이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이 비천한 인간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쟁기를 잡고 자꾸 뒤를 돌아보는”(루가 9, 26) 날이 많았습니다. 저는 참으로 버릴 것이 많은 사람이며 또 빚을 많이 진 사람입니다. 버릴 것이 많으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갚아야 할 것이 많으면서도 갚지 못하고 있으니 이제 성모님 손을 잡고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버리기도 하고 갚기도 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박찬

(Source: https://cadigest.co.kr/digest/200310/meet.htm)

한국 가톨릭다이제스트 2003년 10월호 "내가만난가톨릭"